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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맨스 영화가 꼭 연애를 꿈꾸는 사람에게만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어떤 로맨스 영화는 인생 전반을 성찰할 만한 메시지를 남긴다.
연인 관계에서는 한 사람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누군가와 연인이 되는 데는 그의 장점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만, 일단 연인 사이에 돌입한 다음에는 누구와의 관계에서보다 더 많은 단점이 드러나곤 한다.
어떤 이보다도 친밀한 사이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필터링 없이 자기 성격을 드러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인 관계에 상대를 꿰맞추려고 하기 때야마토 동영상
문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연애를 보면 그의 강점과 약점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렇기에 로맨스 영화가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황우연(왼쪽)은 환승희에게 오랜 기간 구애한 끝에 연인 관계를 맺게 된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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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2018)도 그렇다.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연애하는 동안 자기 삶의 문제를 상대 탓으로 돌리며 무책임한 행동만 일삼는다. 급기야는 우리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너의 결혼식’에 찾아가며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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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지속해간다. [플러스엠]
날 오랜 기간 짝사랑해온 남자, 받아줬더니 딴소리
주인공인 황우연(김영광)과 환승희천일고속 주식
(박보영)는 로맨스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남녀 관계의 전형을 이룬다.
오랜 기간 남자 쪽이 짝사랑하고 여자 쪽은 그의 진심에 점점 마음을 여는 패턴이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여자가 몸을 상할 뻔한 사고에 남자가 용기를 내며 대신 다쳐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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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남자 주인공은 재수해서 명문대에 들어가게 된다. 스스로 결박해 가며 공부한 이유는 여자 주인공이 다니고 있었던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플러스엠]
열망하던 상대와 짝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꿈은 실현된 지 얼마 안 돼 일상이 된다. 일상이 돼버린 꿈에서 사람은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이제 현실의 산적한 과제와 직면해야 한다.
남자는 취직에 계속 실패하고, 그 원인을 부상에서 찾는다. 여자를 구하느라 다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스펙을 일찍 얻고 번듯한 직장도 구했을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여자친구의 부친상에서 친구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이를 여자가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관계가 틀어져 버린 후, 실언한 것을 용서해달라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런 말을 남긴다.
“그 말을 못 잊는 게 아니야.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그걸 못 잊는 거야.”
인간은 인과관계에 약한 동물이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내려는 유혹에 빠진다. 연인 관계는 우리가 자주 원인을 찾는 곳인데, 아마도 연인관계에는 어떤 사이보다 헌신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헌신하느라 자기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플러스엠]
승희의 이 말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왜 실망하는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우리는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이 상처를 줬을 때, 그것이 실수라는 해명을 듣고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번에 그는 철저한 반성을 통해서 실수를 반복하는 걸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머릿속 한구석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승희는 우연의 특정 행동이 아닌 세계관에 실망한 것이다.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더 존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두 사람은 더 이상 연인으로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환상 속의 장면들이 현실이 됐을 때, 인간은 빠르게 적응한다. 더 이상 두근대지 않는 연인관계 속에서 상대를 대하는 방식은 그 사람에 관해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플러스엠]
여자 삶에 민폐만 끼쳤던 남자, 여자의 결혼식에 간다는데
승희는 우연을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여기에서 우연이 승희의 결혼식을 찾아가겠다고 마음먹으며 관객은 긴장하게 된다. 남자는 오랜 기간 여자의 마음과 관계없이 직진하는 연애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자에게 많은 상처를 줬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남자가 여자에게 해온 일들을 봤을 때, 결혼식에 등장해서도 자기 사랑을 강요하는 일방통행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왜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을 빌런으로 만들어 관객을 이토록 괴롭게 한단 말인가. 그러나 막상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만난 남자는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말을 한다.
우연과 승희의 관계에는 추억이 많다.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다운 순간 말이다. [플러스엠]
“환승희, 널 만난 걸 후회했다는 말. 사실은 그 반대야. 나 요즘 되게 행복해. 애들 가르치는 것도 너무 즐겁고. 다 네 덕이야. 네가 있어 줘서 새로운 꿈도 생겼고 대학도 갔고.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네가 옆에 있어 줘서 이렇게 바뀐 거야. 네가 사람 만들어준 거야. 내 인생에 불쑥 나타나 줘서 고맙다. 잘 살아.”
우연은 승희를 잡을까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연이 승희에게 갔던 이유가 있다. 그건 승희에게 자신이 마땅히 전했어야 할 말, 다시 말해 그녀가 들을 자격이 있는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널 만나서 참 고마웠다고. 네 덕분에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찬란하게 빛났다고.
영화는 인간관계에 관해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가 용기를 내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니란 것이다. 그의 행동, 더 나아가 나와의 관계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꼭 전해야 하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의미를 길어 갈 만한 구석이 있다. 연인이 됐든, 부부가 됐든, 친구가 됐든 상대가 들을 자격이 있는 그 말을 내가 전하지 않았다면, 내겐 그 말을 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사랑이 시작되는 단계에서의 고백보다도 관계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닐지 모른다.
‘너의 결혼식’ 포스터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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