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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우리는 맨발로 논에 들어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모내기를 했다. 손으로 한 포기 한 포기 모를 심으며 처음에는 미끄럽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흙의 온기와 촉촉한 감촉이 익숙해졌다. 그때는 단지 흙 속에 풀을 심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작은 모가 여름 내내 햇빛과 바람, 비를 맞으며 자라 결국 벼가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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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유어초 학생들이 논에서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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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자 누렇게 익은 벼가 논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낫을 들고 벼를 베었고, 전통 탈곡기 위에서 손으로 탈곡도 해 보았다. 벼 이삭을 털어내자 낟알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 순간 우리 모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흙 속에서 손으로 심었던 모가 이렇게 쌀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작은 알갱이 하나하나가 우리가 흘린 땀과 기다림의 결실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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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유어초 학생들이 벼를 전통 방식으로 탈곡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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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수 체험을 하면서 ‘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배웠다. 논은 단순히 쌀을 얻기 위한 곳이 아니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논은 물을 가두어 홍수를 막아주는 커다란 댐이 되고, 비가 남성 주식
오지 않을 때는 땅속에 저장된 물을 천천히 흘려보내 지하수를 지켜준다. 또 논은 흙이 빗물에 씻겨 나가지 않도록 막아줘 토양 유실을 방지한다. 여름에는 논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춰 마치 자연이 만든 에어컨처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논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벼가 자라면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논에는 개구리, 우렁이, 물방개, 잠자리 같은 수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간다. 이런 생물들이 모여 살아가는 논은 생태계의 작은 세상이며, 대멸종의 속도를 늦추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박성혜 (창녕 유어초 4년)

박성혜 (창녕 유어초 4년)

모내기와 추수를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는 쌀 한 톨이 결코 작거나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 안에는 자연의 순환, 사람의 노력, 그리고 생명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논은 단지 농사의 장소가 아니라, 생명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생태의 교실이었다.
박성혜 (창녕 유어초 4년)